티스토리 뷰

 

 

 

"주말에 어디 갈까?" 고민하다 문득 동해 바다가 그리웠습니다. 그냥 평범한 해변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포항이 떠올랐습니다.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라는 호미곶의 상징성도 마음에 들었고, 최근 SNS에서 자주 보이던 스페이스워크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막상 가보니 이 두 장소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호미곶 상생의 손과 한반도의 꼬리 형태인 호미곶의 위치를 보여주는 위성지도


## 호미곶 상생의 손, 바다 위 랜드마크의 압도적 존재감

포항 여행의 첫 목적지는 당연히 호미곶이었습니다. 내륙에서 가장 동쪽으로 돌출된 지점인 호미곶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호랑이 꼬리 끝에 해당하는 곳입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https://korean.visitkorea.or.kr)). 여기서 '호미(虎尾)'란 호랑이 꼬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우리나라 영토를 호랑이에 비유했을 때 이 지역이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는 의미입니다. 

해맞이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역시 '상생의 손' 조형물이었습니다. 화면으로 볼 때는 그저 큰 손 조각상이려니 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육지에서 솟아오른 오른손과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왼손이 서로를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은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파도가 제법 거칠었는데, 바다 속 왼손 주변으로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마치 손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육지의 오른손은 높이 약 8m, 바다의 왼손은 약 5m 규모로 제작되었다는데, 실제로 보니 그보다 훨씬 웅장하게 느껴졌습니다. 탁 트인 동해 수평선을 배경으로 두 손이 만들어내는 구도는 그 자체로 완벽한 액자였습니다.

상생의 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어느 지점에서 찍어도 그림이 되더군요. 특히 해가 떠오르는 새벽 시간대에는 손 사이로 일출을 담을 수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저는 오후 시간대에 방문했지만, 석양 무렵의 황금빛 바다와 어우러진 상생의 손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광장을 거닐다 보니, 도시 생활에서 쌓였던 답답함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포항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


## 스페이스워크, 철강 도시가 만든 하늘 위 산책로

호미곶에서의 고요한 감동 뒤, 전혀 다른 종류의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였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거대한 은빛 롤러코스터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스케일에 압도당했습니다. 

스페이스워크는 지상 25m 높이에 설치된 333m 길이의 공중 산책로로, 포항의 철강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만든 도시형 랜드마크입니다. 여기서 '공중 산책로'란 지면과 분리된 고가 구조물 위를 걷는 형태의 보행 시설을 의미합니다. 철제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직선의 조화는 건축미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직접 그 철제 계단 위에 발을 내딛으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한 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과 눈앞에 펼쳐지는 포항항의 전경은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구간은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해서 천천히 오르면 큰 무리 없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평탄한 구간도 마련되어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된 바닥 구간에 이르자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발밑으로 아래가 훤히 보이는 그 순간의 아찔함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으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일대 해수욕장의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수평선
- 포항항에 정박한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
- 멀리 보이는 포항 시내의 도시 스카이라인

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동안의 고소공포증 따위는 잊혀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전망대형 시설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엄청난데, 스페이스워크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을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지만, 카메라에는 그 감동의 절반도 담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코스라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주변 풍경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포항의 산업 시설들과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었습니다.

호미곶의 상생의 손이 전통적 상징성과 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줬다면, 스페이스워크는 현대적 감각과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같은 포항의 바다를 주제로 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이 두 장소는, 정적인 감상과 동적인 체험이라는 대조를 통해 여행에 입체감을 더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순천만 국가정원의 평온한 자연미나 경주의 고즈넉한 역사적 정취와는 또 다른, 포항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생각해보니,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때로는 상생의 손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스페이스워크처럼 아찔한 도전을 즐기며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포항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본 것 이상의 의미를 제게 남겨주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그날 마주했던 바다와 하늘의 기억이 때때로 떠오르며 저에게 작은 위안을 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FUXFsk7Qxs&t=47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