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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국가정원에서의 기록: 봄의 세 가지 색채

shinsegae931 2026. 2. 28. 08:15

솔직히 저는 국가정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이 일반 수목원과 얼마나 다를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냥 꽃 좀 많이 심어놓은 곳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았는데,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노란 수선화 물결에서 시작해 분홍빛 진달래를 지나 원색의 튤립 밭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는 단순한 '구경'을 넘어선 경험이었습니다.

## 일반 정원과 국가정원, 실제로 뭐가 다를까

많은 분들이 국가정원을 그냥 규모가 큰 정원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제가 직접 가보니 차원이 달랐습니다. 국가정원(National Garden)이란 국가가 직접 지정하고 관리하는 정원으로, 문화재청 산하 국가유산청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정합니다([출처: 국가유산청](https://www.khs.go.kr)). 쉽게 말해 정원계의 '국보급' 장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조성된 후 2015년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조화'였습니다. 단순히 꽃을 심어놓은 공간이 아니라, 수선화의 단아함과 튤립의 화려함이 각기 다른 구역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계획된 설계 없이는 불가능한 광경이었습니다.

정형화된 서구식 정원의 튤립 구역을 지나 한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진달래 언덕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원은 한 가지 테마로 일관되게 꾸며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가정원은 다양한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었습니다.

방문객 편의시설 측면에서도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 무장애 데크길과 전동카트 대여 서비스
- 곳곳에 배치된 그늘막과 휴게 공간
- 주제별로 구획된 11개의 정원 구역
- 계절별 꽃 축제 운영 시스템


## 봄꽃 3종 세트, 기대와 실제의 차이

수선화, 진달래, 튤립이 한 곳에서 피어난다는 정보를 보고 '시기가 맞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세 꽃의 개화 시기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4월 중순에 방문하니 세 종류 모두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수선화(Narcissus)는 백합과 구근식물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여기서 구근식물이란 땅속에 양분을 저장하는 뿌리를 가진 식물을 의미하며, 이 덕분에 해마다 같은 시기에 안정적으로 개화할 수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수선화 군락지는 약 100만 송이 규모로 조성되어 있으며, 노란 물결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진달래는 한국 자생종으로 산성 토양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성 토양(acidic soil)이란 pH 5.5 이하의 토양을 말하는데, 순천 지역의 토양 특성상 진달래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수목원](https://www.kna.go.kr)). 제 경험상 다른 지역 정원에서 본 진달래보다 훨씬 색이 진하고 꽃송이가 풍성했습니다.

튤립(Tulip)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약 80여 종의 튤립이 식재되어 있으며, 품종별 색상 배치(color blocking)를 통해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여러 색 튤립을 섞어 심은 게 아니라, 빨강-노랑-보라 순으로 구역을 나눠 그라데이션 효과를 만든 배치는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 오감으로 느낀 국가정원의 힐링 효과

'힐링'이라는 말이 요즘 너무 흔하게 쓰여서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꽃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식물을 매개로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꽃과 나무를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노란 수선화 물결에서 시작해 분홍빛 진달래를 지나 원색의 튤립 밭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색채심리학에서 노란색은 활력을, 분홍색은 안정을, 다양한 원색은 창의력을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순천만국가정원의 동선은 이를 정확히 반영한 설계였습니다.

후각 측면에서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기는 일상에서 쌓였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공 향료와 자연 향은 뇌에서 다르게 인식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자연 상태의 꽃향기는 훨씬 부드럽고 지속적인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정서적으로는 '봄이 왔다'는 생동감을 온몸으로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진달래 언덕 정상에서 내려다본 수선화 군락지와 멀리 보이는 순천만의 풍경은 '지상의 낙원'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수선화의 청초함, 진달래의 서정성, 그리고 튤립의 화려함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히 꽃을 보는 것을 넘어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음 봄에도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 꽃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향기와 색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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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lSnKzhcN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