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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녀와본 양산 원동매화축제 (낙동강 매화, 순매원, 기차 뷰)

shinsegae931 2026. 2. 26. 19:49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에서는 매년 3월, 낙동강 변을 따라 심어진 약 5,000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며 봄의 시작을 알립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2024년 3월 초,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원동역으로 향했습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매화 향기가 제게 "이제 정말 봄이 시작되었다"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 낙동강 변에서 만난 삼색 매화의 향연

순매원으로 가는 길, 강변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홍매화의 붉은 기운, 백매화의 순백, 청매화의 연한 초록빛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홍매화란 꽃잎이 붉은 색을 띠는 매화 품종을 의미하며, 백매화는 순백색 꽃잎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매화입니다. 청매화는 꽃이 지고 난 뒤 맺히는 푸른 매실을 뜻하기도 하지만, 꽃 색깔이 연한 녹색을 띠는 품종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순매원 일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원동 지역 매실 농가들이 오랜 시간 가꿔온 생활의 터전이었습니다. 이곳의 매화나무들은 대부분 수령 20년 이상으로, 매년 6월이면 고품질 매실을 수확하는 과수원의 일부입니다([출처: 양산시청](https://www.yangsan.go.kr)). 낙동강의 푸른 물줄기가 햇살을 받아 윤슬로 반짝이고, 그 위로 하얀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제가 서울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원동역에서 순매원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였습니다. 약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그 길 내내 매화나무 사이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부선 무궁화호가 덜컹거리며 철길을 지나갈 때마다, 정지된 수채화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순매원에서는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에게 점심식사와 막걸리, 매실주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2007년부터 이어진 이 전통은 지역 주민들의 순수한 환대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할머니 한 분이 직접 담근 매실주 한 잔을 건네주시며 "멀리서 왔으니 이거라도 마시고 가라"고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기찻길 옆 활짝 펴있는 매화나무들


## 화려함보다 은은함으로 전하는 봄의 메시지

많은 사람들이 봄꽃 하면 벚꽃을 떠올립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일주일 만에 꽃비처럼 흩날리는 그 드라마틱한 순간 때문이겠죠.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매화는 벚꽃보다 2~3주 먼저 피어나며, 개화 기간도 약 2주 정도로 더 깁니다. 게다가 영하의 추위를 견디고 피어나는 매화의 강인함은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원동 매실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매실 품종으로, 조선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재배되어 왔다고 합니다. 매실나무의 학명은 'Prunus mume'로,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입니다. 여기서 낙엽교목이란 가을에 잎이 지고 봄에 새잎이 돋는 나무를 의미합니다. 매실나무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에 강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합니다([출처: 산림청](https://www.forest.go.kr)).

원동순매원매화축제는 200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매실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지금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에는 양산 지역 오카리나 동호회와 첼로 동호회의 작은 연주회가 열렸는데, 매화 향기 속에서 듣는 클래식 선율은 그 어떤 공연장에서의 경험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화 사진 촬영 명소 안내 및 포토존 운영
- 매실 가공품(매실주, 매실청, 매실즙) 시식 및 판매
- 지역 문화예술인 공연(국악, 클래식, 아마추어 밴드)
- 매실을 활용한 전통 음식 무료 제공
- 매화 걷기 코스 및 낙동강 둘레길 연계 투어

개인적으로는 이 축제가 다른 대형 축제처럼 화려하지 않은 게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끄러운 음향과 과도한 상업적 부스 대신, 조용히 매화를 감상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런 소박함이야말로 원동매화축제만의 진정한 가치라고 봅니다.

매화가 피지 않은 계절은 아직 겨울의 잔상이 남아있는 법입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벗어나 기차에 몸을 싣고 원동역으로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척박한 가지 끝에서 기어코 꽃을 피워낸 매화의 강인함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 여러분의 일상에도 따스한 온기가 차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제 봄은 늘 원동의 매화 향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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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ck__c2qj0